경상수지와 무역수지의 차이점 3분 만에 이해하기

우리나라 국제수지 집계에서는 상품수지를 무역수지라고 불렀습니다. 비공식 명칭으로는 재화수지 또는 재화거래수지라고도 불렀는데요. 지금은 상품수지가 공식 명칭입니다. 상품수지와 무역수지 어떻게 다른지, 이 글을 보시면 뉴스에서 나오는 경상수지와 무역수지의 차이점을 쉽게 이해 가능합니다.


글의 순서


무역(상품)수지 이해하기

한국은행 국제수지 편제에는 더 이상 무역수지라는 명칭을 쓰지 않지만, 정부(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는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무역수지’가 바로 정부 발표 통계입니다. 하지만 상품수지나 무역수지나 개념은 거의 같지만 집계방식은 다릅니다.

상품수지 집계방식

상품이 인도되고 있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빨간색 택배사원이 파란색 오른쪽 여자에게 물품 2개를 건내주는 사진

보통 상품 무역을 할 때는 각국 세관에서 거래가 법규를 어기지 않았는지 검사한 후에 수출입 허가하는 통관 절차를 거쳐야 상품 인도(delivery)가 이루어 집니다.


한은 집계 상품수지는 관세청 통관 절차를 거친 뒤 수입업자에게 상품이 인도된 것만 수출입 집계에 넣습니다. 상품 소유권이 이전되는 시점을 수출입 시점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설사 상품이 우리나라 세관을 거쳐 나갔더라도, 외국 세관을 거쳐 수입업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항구 창고에 쌓여 있으면 수출 집계에 넣지 않습니다. 세관을 거쳐 수입업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우리나라로 다시 반품돼도 마찬가지 입니다.

무역수지 집계방식

세관직원이 무역품들의 내역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모습

무역수지는 세관을 거쳐 수출이나 수입이 일단 허가되면 곧바로 수출입 집계에 넣습니다.

상품이 관세선(무역에서 우리나라와 외국을 구분하는 선으로, 보통 국경과 같습니다)을 지나면 수출입이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즉, 한은 집계 상품수지는 ‘인도’를 기준으로, 정부 집계 무역수지는 ‘통관’을 기준으로 수출입을 집계합니다.

이처럼 수출입 집계 기준을 ‘인도’에 두느냐 ‘통관’에 두느냐는 상품수지와 무역수지 사이에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대표적인 차이점 1

선박제조 과정에서 나타는 상품수지와 무역수지의 차이점을 나타낸 사진으로 선박의 선체를 조립하고 있는 사진

상품수지와 무역수지는 선박으로 인해 차이점이 생기게 되는데요. 선박은 통관 후 배를 주문한 업자에게 인도하기까지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립니다. 통관과 인도에 상당한 시차가 생기는 셈입니다.

예를 들어 통관을 7/5일에 했는데 인도는 8/5일에 된다고 치면, ‘통관’이 기준인 무역수지는 이미 통관을 거친 선박 수출입액을 이달 집계에 넣습니다.

반면 ‘인도’가 기준인 상품수지에서는 아직 인도되지 않은 선박 수출입액을 이달 집계에 넣을 수 없습니다. 선박 수출입액은 ‘인도’를 마치는 9월 상품수지에 넣습니다.

대표적인 차이점 2

선박 및 가격 책정방식 운임료에 대한 설명으로 각종 무역시 동원되는 이동수단과 보험료, 기름값, 보관료등이 책정되는 사진

가격 책정 방식도 무역수지와 상품수지가 다릅니다.

상품수지는 수출 때나 수입 때나 운임과 보험료를 빼고 상품 값으로 수출입액을 계산합니다. 이른바 본선인도가격(free on board, FOB)방식입니다.

반면 무역수지는 수출(통관 수출)때만 본선인도가격으로 계산합니다. 수입(통관 수입)은 상품 값에다 운임과 보험료까지 얹은 가격(cost, insurance and freight, CIF)으로 계산합니다.

결국 같은 상품이라도 상품수지 방식으로 집계한 수입액이 무역수지 방식으로 집계한 금액(통관수입)보다 적어집니다.


이처럼 집계 방식이나 가격 책정 방식이 달라 상품수지와 무역수지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심한 경우 상품수지는 흑자인데 무역수지는 적자가 날 때도 있습니다.


수지별 발표일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를 함께 본다면 무역수지는 속보치로, 상품수지는 확정치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역수지는 매달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세청이 집계한 통관 실적 잠정치 등을 기초로 전월 잠정치를 집계해서 ‘월별 수출입 동향’으로 발표합니다. 관세청도 무역수지 개요를 ‘월별 수출입현황’으로 함께 내놓습니다.


무역수지 확정치는 매월 15일 관세청이 보도자료’OO년 O월 수출입현황, 확정치’로 발표합니다.

상품수지는 매월 초 한국은행이 보도자료(‘OO년 O월 국제수지. 잠정’)에 전월분 집계를 넣어 공표합니다.

보도자료 말미 참고자료에 통관 기준 수출입 실적(관세청 발표 확정치)을 요약한 내용도 붙여줍니다.


불황형 흑자란?

흑자를 내지만, 불황인 것에 관한 설명으로 돈들이 왼쪽으로 쓰려져 있는 사진

경상수지는 흔히 국민경제의 대외 경쟁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쓰이는데요. 대외 거래로 외화를 잘 버는 나라는 경상수지에서 흑자를 내고, 외화를 잃는 나라는 적자를 내는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외화벌이 성적을 좌우하는 요인은 주로 상품 무역 실적입니다. 대부분 나라에서 상품무역수지(상품수지)는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부문 수지 중 가장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수출을 많이하고 무역을 잘해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나라는 벌어들인 외화만큰 국민소득이 늘어나 투자할 여유가 생깁니다. 투자가 늘어나며 경기가 좋아지기 쉽습니다.

반면, 수출을 못하고 무역실적이 나쁜 나라는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외화를 잃는 만큼 국민소득이 줄어듭니다. 경기도 더불어 나빠지게 되고요.

그렇다고 나라 경제에서 늘 경상수지 흑자가 바람직하고 적자는 좋지 않다고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무엇보다 무역이나 경상수지 실적이 경제의 경쟁력을 언제나 일관되게 반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미가 다른 적자 흑자 유형 2가지

1. 경상적자이지만 괜찮은 유형

기업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기계 설비 등 자본재 (상품 생산에 쓰는 재화) 투자수입을 늘리다 보면 상품수지 적자가 나서 경상적자를 볼 수 있습니다.

2. 경상흑자이지만 나쁜 유형
한 할머니가 핑크색 동전 지갑에서 동전들을 꺼내는 사진으로 불황일 때는 소비자의 소비여력이 떨어진다는 설명

국민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져 무역 실적이 부진한 경우라도 경상수지 흑자가 날 수 있는데요.

대개 수출이 잘될 때는 수출만 홀로 늘어나지 않습니다. 수출에 필요한 부품과 원자재를 들여다 생산하느라 수입도 함께 늘어납니다. 하지만 불황 때는 다릅니다.

수출이 늘어나지 못하거나 줄어들기 때문에 수출용 원자재나 부품, 자본재 수입도 정체하거나 줄어듭니다.

만약 투자와 소비가 다 같이 부진해서 수출과 수입이 함께 줄고,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면, 상품수지 흑자가 날 수도있습니다.

이런 경우 경상흑자는 경기가 나쁘고 국민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recession trade surplu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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